FireFox

전산 2004/09/17 15:56
96년도 학부생 시절 가입해 있던 KSB 동아리방에서 죽치고 놀곤 했는데 동아리방 한켠에는 무한대전이라는 머드 서버가 있었다. 486SX 기계에 슬랙웨어 리눅스가 깔려 있었는데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당시엔 유닉스를 다룰 수 있는 회원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그 기계는 보통 동아리내 네트워크 연구모임인 '봉화대' 회원만이 쓰곤 했었다.

Windows 95 가 깔린 다른 PC 들 앞에는 모두 사람들이 앉아서 'Netscape Navigator' 를 사용해 웹질을 하거나 그게 아니면 IPX 프로토콜을 사용해 C&C 멀티 플레이를 즐기던 상황. 참고로 당시의 Internet Explore 2.0 은 Frame 도 지원이 안되는것이 웹브라우저로 써먹을만한 수준이 아니었다.

96년 당시의 네트웍 상황은 매우 열악해서 96kbps MP3 도 같은 네트웍이 아니면 실시간 재생이 되지 않던 때였다. 당시에는 'AOD' 라는 이름을 내걸고 MP3 파일을 웹에서 많이 공유하고 있었는데 대개가 KAIST 내에 서버가 있었다. 그중 Hasup's AOD Link 가 가장 유명했던것 같다. 여튼 그걸 운나쁠때는 30분이 넘게 기다려 다운받아 들어보곤 했었다. 그리고 당시에 방학기간동안 KAIST 내에 있는 마리텔레콤 개발실에 들어가서 머드개발을 한적이 있었는데 그때 가장 감동했던 사실이 두가지였으니 첫번째는 Sun Solaris 가 깔려있는 20인치 컬러 모니터의 Netra 워크스테이션을 마음대로 쓸 수 있다는 것과 그리고 다른 하나는 다름아닌 "대부분의 MP3 가 실시간 재생이 된다" 였었다.

여튼 Windows 95 가 깔린 PC 들은 모두에게 인기였기 때문에 항상 리눅스 기계를 가지고 놀았었는데 보통은 han 이라는 콘솔 한글 에뮬레이터를 띄워서 머드질을 한다던가 키즈질을 하곤 했지만 가끔은 웹질을 하고싶을때가 있었다. 그런데 그러자면 X Windows 를 띄워야 했었는데... 램도 16MB 였고 프로세서는 인텔 486 프로세서였는데 거기다가 대고 XFree86 을 구동하는 것을 생각해 보시라...

당시에 머드가 인기가 꽤 많아서 동아리에서 운영하던 서비스에는 100명은 보통이고 많을때는 250명까지도 사람이 버글거리곤 했었다. 머드 데몬의 CPU 사용율은 보통 30% 정도. 그런데 거기다가 대고 X Windows 를, 그리고 그다음에는 그 육중한 덩치의 Netscape Navigator 를 뛰워버린 것이다.. 머드 유저들은 처음에는 서버에 랙이 있다고 불평을 해대다가 어떻게 그 사실을 알고 나서는 이제 서버가 버벅대면 유저들이 전체잡담으로 이렇게 외치는 것이다. "테스토스님 서버에서 웹질좀 하지마요~!"

오늘 어떤 뉴스 사이트에서 Mozilla Firefox 브라우저가 꽤나 좋아졌다는 소식을 듣고 다운로드받아 사용해 보았다. 그것참.. 거의 7년이 지난 세월을 지나 다시 사용해 보다니.. 소식대로 과연 예전과 같은 무거움은 벗어 던지고 아주 가벼워졌다. 그런데 내 홈페이지에 들어와 보니 디자인이 깨진다. 확인해 보니 대개 Mozilla의 결과가 맞는 편이었다. 당연한 결과다. 전통적으로 Mozilla 브라우저는 HTML 사용에 더 엄격했기 때문. '대참사' 를 예상했었지만 뭐 그런대로 약간의 수정만으로도 Mozilla 에서도 잘 보이게 되었다. 그러고보니 판타그램의 최지영씨는 이런말을 한적이 있었다. "IE가 웹디자이너들 다 버려 놓는대니깐~!" -- 지영씨는 99년 당시에도 M$ IE 와 Outlook 을 거부하고 Netscape Navigator 와 딸려나오는 메일 뷰어 (이름도 생각 안난다) 를 사용했던걸로 기억된다. --

예전에는 M$ 의 그 알수없는(사실은 알고있는) 무언가가 싫어서 97년도까지 Windows 95 도 안깔고 DOS 와 Linux 만 깔아서 쓰고 개발도 UNIX 만 고집할 때가 있었는데 이제 Win32 에 철썩 달라붙어 밥벌이를 하고 있으니 세상일이란 알 수 없다.

어쨌든 홈페이지를 Mozilla 에서도 제대로 보이게 고쳤다. 물론 이 글도 FireFox 를 통해서 쓰고 있다. 설정창이라던가는 예전에 써본 이력이 있어 그닥 낯설지 않다. 그러고보니 오래간만에 Mozilla 를 만나보고 왠지 반가워 적어본다는것이 글이 길어졌군... 왠지 대개는 알지 못할 옛날 이야기를 주욱 늘어놓고 보니 할아범이 된듯한 기분이 든다.
2004/09/17 15:56 2004/09/17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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