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업계에서는 너티독 얘기가 한창이다. 다들 판타지를 품는것을 보니 처음 PD 를 달고서 고군분투했던 생각이 난다.

프로젝트를 맡고 나서 한동안 불타올라서 구현하고자 했던것이 있었으니 "개발자 모두가 스스로 즐기면서 게임 개발에 참여/관여하는 팀을 만드는 것" 이라는 아주 단순하고도 이상적인 목표였다. 저런 로망을 갖게 된것은 필드에 입문하고서 스스로가 직군에 한정되지 않고 게임 개발에 전방위 적으로 관여할 수 있는 환경을 절실히 원했기 때문이었다. 당시의 나는 우리도 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지금은 그후로 3년이 지났다.

,

얼마전 @henjeon 님 트위터에서 재미난 글귀를 보았다.

사람은 자연성, 가연성, 불연성의 세 부류가 있다. 최소한 가연성 이상은 되어야 조직에서 일할 수 있다.

참 재미나게 표현한것 같다. 아마 창의적인 조직을 오래 매니징 해본분이 쓴 글일거라고 생각한다. 스스로가 3년간 좌충우돌 하면서 절실하게 느낀점은,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자기 자신이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여전히 모르고 있다는 것이고, 우리 주변에서 가연성 타입의 사람을 찾기도 그리 쉬운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처음의 목표를 구현하겠다는 생각은 접었다. 지금은 목표를 '모두가 개발에 관여하도록 하자' 에서 '관여 하고 싶은 사람이 그럴 수 있는 창구를 만들어 주자' 로 수정한 상태다. 해외의 B 모사나 너티독같은 곳에서는 그것을 이미 이루어내지 않았는가? 라는 의문이 있을 수도 있겠다. 그런데 나는 '해외' 라는 단어를 쉽게 흘려버리지 말라고 얘기하고 싶다.

현재 나의 일터는 전 세계에 지사를 두고 있는 다국적 그룹에 속해있는 회사이고, 그룹 회장님은 서로간의 커뮤니케이션을 굉장히 중시한다. 해서 해마다 지사의 주요 인사들을 오키나와라던가 뉴질랜드같은곳에 모두 모아서 캠프를 열기도 하고 혹은 본인이 지사를 돌아다니면서 강연을 하기도 하신다.

그분이 회사에 오셔서 팀장급들을 모두 소집해 리더쉽 트레이닝 세미나를 했을때의 일이다. PT 가 끝나고 Q&A 시간이 되었는데 아무런 질문도 없었다. 그러자 세계 투어 하면서 PT 뒤에 QA 시간을 가지면 영/미권 회사에는 질문/건의가 쏟아지고 일본/한국에서는 침묵만이 흐른다는 얘기를 하셨다. 농담조로 얘기하셨지만 난 그 얘기를 그렇게 가볍게 흘려버릴 수 없었다.

글쎄, 나는 지금 '씨바 우린 안돼..' 같은 패배주의적인 얘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다. 다만 나는 지금까지 '우리에게 맞지 않는 옷' 을 낭만에 취해 무리하게 입으려 했던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드는 것이다. 국내의 유명 스튜디오들의 개발 문화와 PD분들의 이미지에 대한 들여오는 이야기들은 그런 나의 생각을 더욱 확고하게 만드는 것 같다.

자연성인 사람들에게 기운 빠지는 애기를 쓴 것 같아 조금은 미안하지만, 부디 누군가 나의 이런 생각이 틀렸음을 증명해 주면 질투가 나면서도 한편으로는 참 기분이 좋을것 같다.
2010/03/25 02:30 2010/03/25 02:30

트랙백 주소 :: http://testors.net/tt/trackback/1264